새벽 6시 무참히 울리는 벨소리에 잠에서 깼다. 누구냐고 물으니 차를 빼달라는 한마디가 들려온다. 황급히 핸드폰을 보니 7분 전 쯤 전화가 한 통 걸려와있다. 바로 빼드릴게요 한 마디하고 겉옷만 입고 내려가 차를 뺐다. 그러고나서 드는 생각이 어떻게 우리집을 찾아온거지?
새벽 6시에 건장한 남성이 연속해서 벨을 누르고 카메라는 그 남성의 몸만 보이는 상황. 그 사람은 염두하지 않았겠지만 여자 혼자 사는 입장인 나에게는 그게 공포로 다가왔다. 내가 차를 타고 내리는 걸 보고 동호수를 알 수 있고 찾아올 수 있다는 것.
오늘 하루 뉴스만 봐도 가족은 물론이고 이웃에 의해 죽임당하고 폭행당하는 사건들이 쏟아진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알기 때문에 문득 이런건 시정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단톡방에 주차스티커에 동호수가 기재되어있다. 새벽에 사람이 찾아올 수 있다.라는 걸 말했더니 갑자기 위 의견을 부연하고자 덧붙였던 설명 중 ’무서웠다‘라는 내 감정적 의견에 딴지가 걸린다.
다 이웃 주민인데 그런 단어는 공격적이라는 것이다. 그 전까지 구구절절 설명한 나의 모든 의견은 보지도 않고 ’무섭다‘는 단어에만 몰두해서 말그대로 급발진하는 주민을 보니 성별이 보였다. 무조건적인 남자니까 이해못해 남자니까 남자편드네가 아니다. 남자니까 이 상황이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아예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누군가에 의해 다치거나 죽임 당할수도 있다는 공포감은 주로 여성들이 가진다.
그건 하나의 사회현상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선 두드러지게 가해성별의 심기에 더 초점이 맞춰져있다. 잠재적 범죄자 취급에 화가 난다면 왜 그런지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렇지만 한국 남성들은 그 이유를 보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난 아니야, 왜 뭐라고해 하는 울분만 가득차있다.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32&tblId=DT_132004_A057&vw_cd=MT_ZTITLE&list_id=132_13204_2023_004_001&scrId=&seqNo=&lang_mode=ko&obj_var_id=&itm_id=&conn_path=MT_ZTITLE&path=%252FstatisticsList%252FstatisticsListIndex.do
KOSIS 범죄 통계를 보면 2023년 강력범죄 피의자 성별 95.2%가 남성이고 강간은 99.1%이다. (남성)연령별로 보면 21-30세 23.1%, 31-40세 18.3%, 51-60세 16.9%, 41-50세 16.4%, 20세 이하
10.8%. 그놈의 김여사 거리는 교통범죄 또한 남성 피의자 84.7%를 기록하고 있다. 피해 성별은 당연히도 강력범죄 여성피해자 87.1%, 남성 12.9%. 강간은 99% 여성이 피해자다. 유사강간, 강제추행 등도 약 90%.
OECD기준 여성차별로 상위권인 한국에서 남성들은 소득성별차로 인해 돈을 더 받고, 군입대로 인해 취업, 금융, 문화생활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으면서도 여성들을 공격하고 있다. 이건 통계치로 보이는 ‘팩트’다. 그런데 단순히 ‘무섭다’ 한 마디로 화를 내고 있다.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인 반응이 아닐수가 없다. 한국 사회는 왜 그들을 ‘그렇게’자라게 내버려둔 것일까? 최근 네이버 웹툰 사태만 봐도 그렇다. 여성혐오는 창작가를 존중하니 옹호하고, 집게 손가락은 남성혐오이니 수정하고 담당자를 해고하고 사이버불링을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웹툰의 여성혐오는 너무나 역사가 길어서 차치하고서라도, 집게 손가락을 남혐으로 치부하고 그 관련자를 ‘처벌’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떤 게임에서는 결국 그 손가락을 넣은게 40대 남성이라고 밝혀지자 그전까지 담당자를 불태우려는 기세던 그 집단은 금세 조용해졌다. 여성이 하는 집게 손가락만 어떤 효력을 가지는 건가? 마법의 집게 손가락인가?
어처구니 없는 떼쓰기일 수밖에 없다. 참으로 감성에 좌지우지 되고 비논리의 결정체일 수 밖에 없다.
예전에 그런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법’(얼추 제목은 이랬다). 저자는 한가지 음모론을 내버려두면 그게 기정사실화되고 또 다른 음모를 낳는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 한국 남성들에 대입이 가능한 이론으로 보인다. 여성을 혐오하기 위해 혐오할 것을 주작하고 그것을 또 믿고 그 위에 또 혐오를 덮는다. 이러니 강력범죄만 줄창 일으키는 거다. 남성이라면 잠재적 범죄자라고 생각 안할 수가 없다.
남성교도소는 입소자가 너무 많아서 남자교도관 뽑는 기준도 낮다고 한다. 남자 범죄자가 남자 취준생을 먹여살리고 있다. 그런 카르텔에서 여성들이 하는 이야기는 단순 투정으로, 별 거 아닌일로 치부되어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있다. 자기들끼리 그렇게 덮어버리는 것이다. 이 불균형의 세계에서 여성으로 살아남기는 난이도 최악의 생존율이 희박한 게임을 하는 것같다.
결론은 한국남자 부럽다. 기분상해죄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으니. 참 부럽다.
O's